꽃잎같은 안녕
3월 회고를 쓰고 누워서 유튜브를 봤다. 그리고 아이유의 이번 신곡 라일락 뮤비 해석을 봤다. 20대의 추억을 쿨하게 보내는 그 앨범
나도 29살이니까 갑자기 뭉클해진 것이다. 30살 코앞이다 했는데 진짜 30살이 얼마 안남았네. 언제부턴가 나이 먹는 것에 무뎌지고 있었는데 20대의 지난 날들을 추억하는 아이유 뮤비를 보니 나도 추억하고 싶어졌다. 30살 무서워..
20대 초반의 나는 원하는 대학에 못가고 계속 대학이라는 미련에 허우적댔다. 재수실패. 엄마몰래 삼반수. 덕질에 빠져 공부는 안했지. 또 한번의 도전인 편입 역시 답답~하게 말아 먹고, 그때는 뒤 늦게 빠진 게임이 그렇게 재밌었다. 그리고 당연히 다니기 창피했던 학교에 계속 다니게 됐다. 이 학교에 다니면 내 미래가, 취직이 힘들것 같았다. 우물안 개구리 였다. 컴공은 특히 학교보다, 성적보다, 역량이 우선이었던 것을 몰랐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나도 알아보지 않았으니까.
대학생 시절 얘기만 하면 먹먹하고 그렇다. 나름 행복한 시절도 있긴 했다. 그런데 미련하게 나는 항상 ‘시험’이라는 것에 메여 있었고, 그다지 노력하지도 않았다. 결과는 3학년부터 힘들고 슬펐던 기억이 더 많아지게 되었다. 내 스스로가 한심하고 모든게 다 힘들었다. 생각해보면 어리광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난 멘탈이 약한 편이라 어쩔 수 없었다.
20대 중반의 나는 그냥 ‘열심히’ 노력했다. 이력서 한 줄을 위해 뭐든 하려고 했다. 누구나 다 따는 정처기도, 졸업프로젝트도, IPP 인턴도 모두 이력서 한 줄 쓰기 위해 행동했다. 내 나름의 바쁜 날들 이었는데 졸프는 이제 포폴에 쓰지도 못하고 IPP 인턴도 개발직이 아니어서 쓰지 못한다. 이렇게 또 인생 삽질을 시작했다. 25살 막바지가 되어서야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누가 보면 비전공자인줄 알겠지만 컴공 전공자다.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부적응자 전공자 였다는 것이 참 웃프다.
26살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했다. (나는 복학생이니까~)아싸였는데, 얼마없는 대학친구중에 한 명이 삼성전자에 갔다더라. 그 뒤로 알고리즘에 매달렸다. 진행하던 플젝을 여름에 마무리하고 오직 삼성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노력했다. 멈춰가던 머리를 쓰려니 답답했고 시간은 다가오고 코테 보는 줄줄이 시험을 볼때마다 시험은 광탈이었고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해 마음이 답답했다.
공부하면서 많이도 울었다. (이때 울면서 알고리즘 공부했다는 말을 질리게 많이했는데 정말 많이 울었다..) 취준생이 되면서 나도 오빠처럼 대기업에 가고싶었고 대학은 실패했을지언정 취직은 성공하고 싶었다. 성공이란.. 그냥 나도 자랑스런 딸이 되고 싶었다. 용돈도 드리고 돈에 대한 압박이 없는 그런 삶. 그 때는 삼전만 가면 다 행복해질거란 상상에 빠져있었으니 시험 공부를 할 때 마다 조마조마 했다. 떨어질까봐 무서워서 떨었다. 결국 26살 취준은 실패했고 27살로 이어졌다.
돈은 벌어야 겠으니 일단 엘전협력사원으로 일했다. 그렇게 어찌저찌 1년을 다니게 되었다. 그 와중에 나는 계속 취준을 했다. 방탄소년단 노래를 들으며 (방탄 특유의 노력, 희망이 담긴? 노래를 주로 들었다) 새벽까지 알고리즘 문제를 반복해 풀었고 서류, 그리고 시험 당일날까지 벌벌 떨며 내 노력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코테에 붙어 면접을 준비하고 또 떨었다. 들뜨고.
내 생일날 면접 결과 발표 날이었는데 떨어졌다.나도 부족한걸 안다. 그래도 붙여주길 바랬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으니까 더 고생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다음 도전엔 붙겠지 하며 다시 서류를 썼다. 서류에서 무슨일이 있었나 떨어졌고 인생 통틀어 제일 힘들었던 시기같다. 아무 고통 없이 죽고싶다고 생각만 했었다. 그냥 그 때는 희망이 안보였다. 내 발 앞에 어떤 것도 보이지않는 깜깜한 암흑이라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또 그때 생각하니 슬프고 먹먹해졌다. 20살의 추억을 쿨하게 보내려 글을 쓴 것인데 계속 미련만 생기게 슬퍼지네.
아무튼 나는 다시 도전 했고 노력했다.
28살에는 개발자로 첫 직장에 취직했다. 그리고 그 첫 직장도 ‘실패’했다.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나도 ‘희노애락’으로 정리를 하고 싶었는데, 계속 ‘노’밖에 안나온다. 30대에는 사이다를 마실 수 있을까? ㅎㅎ
사이다를 마시려면 나도 ‘노력’해야 하니 자바 백엔드 개발자로 이직했다. 그리고 사이다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쓰다 보면 노력이라는 말이 정말 많이 나오는데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다. 내딴엔 할만큼 한 것이다. 그러니까 나도 내 20대가 빛났다고 생각할란다. 열심히 살았으니까
29살이 다 간 것도 아니고 난 아직 만으로 27인데! 더 빛날 날이 많겠지 ?
젊은 날의 추억 이란 꽃말이 왜이렇게 뭉클하고 어여쁜지 모르겠다.